사람들

“가양주에 대한 유연한 思考가 필요하죠”

배상면주가 문화기획파트 유상우 파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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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응구
herophone@naver.com
2009년 08월 08일 17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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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상우 씨는 가양주를 좀 더 유연하게 받아들이면 좋겠다고 했다. 가양주가 산업화 된다고 무조건 나쁜 건 아니며, 그래서 더 알려지면 좋다는 것이다. ⓒsooltimes
 

인터넷 포털사이트 ‘다음’의 카페 중 ‘전통주만들기’란 모임이 꽤 유명하다. 1만1000명 넘는 회원 수에 서울·충청·전라·대구·부산 등 5개 권역별 활동도 활발하다.

지난 2005년부터 이 카페의 시삽을 맡고 있는 유상우(36) 씨를 경기도 포천 배상면주가 산사원갤러리에서 만났다. 장소를 이곳으로 잡은 건 그가 바로 배상면주가의 일원이기 때문이다. 그는 갤러리 바로 옆에 한옥양식으로 건축 중인 전통술문화센터 업무 차 이곳에 파견 나와 있다. 유상우 씨는 서울 양재동 본사 문화기획파트 부서의 파트장으로 재직 중이다. 덕분에 공기 좋은 곳에서 흙냄새 풀냄새 맡아가며 기분 좋게 말을 나눌 수 있었다.

유상우 씨의 이력이 만만치 않다. 전주전통술박물관에서 근무한 바 있고, 대한불교조계종 템플스테이 사업단에서 기획홍보직을 맡은데 이어 한복려 원장이 운영하는 궁중음식연구원에서 사무국 직원으로 활동했다. 배상면주가에선 2007년 11월부터 일하고 있다.

전통주만들기 카페는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사실, 하나의 모임이나 단체를 이끌어 본 경험이 없어 물어보고 싶은 말이 너무도 많았다. 여러 질문을 머릿속에 하나둘 챙기고 있을 즈음 그가 말했다.

“술박물관에서 근무할 때 ‘진도홍주’의 허화자 할머니를 만난 적이 있어요. 만나 뵙고 돌아오는데, 그분의 인생을 다시 생각하니 가슴이 짠했어요. 느낀 게 많았죠. 그러던 중 당시 제가 활동하던 한 포털사이트의 맥주 카페에서 자가양조(自家釀造)하는 걸 보고 자극 받았죠. ‘우리술도 직접 만들어보면 되겠네’, 뭐 이런 생각이었던 것 같아요.“

“만들어 보니 어떻든가요?”라고 물으니 한참을 생각하다 “그런데, 그간 좋은 일도 많이 했다”는 다소 엉뚱한 답을 했다. 지난 2003년 태풍 ‘매미’로 큰 피해를 입었을 때 대구지역에 낙과(落果)된 사과가 많았는데, 카페 차원에서 이것들로 와인 만들기에 앞장서 많은 도움을 줬다는 얘기였다.

“우린 마시고 취하는 게 몸에 배어 있잖아요. 하지만 직접 만들어 마시다 보면 진짜 술맛을 알게 돼요. 맛을 평가하고 감별할 수 있다는 건 그만큼 좋은 술을 찾게 된다는 의미거든요. 내가 만드는 술에는 분명 좋은 재료를 넣을 것이고, 결국 좋은 쌀을 소비할 테니 농가소득에도 적잖은 도움을 주게 되죠. 더 나아가선 훌륭한 우리술을 하나둘 복원하는 기쁨도 클 것이고요.”

그는 “그렇게 되면 술의 원형(原形)에 점점 가까워지게 되는 것”이라고 했다.

이쯤 되니 계획에 없던 질문이 하나 생겼다. 그럼, 이 소중한 유산들을 붕어빵 찍듯 하루에도 수많은 양을 생산해내는 ‘거대 세력’에는 품질이나 자부심에 전혀 문제가 없을까? 유씨는 이에 대해 할 말이 무척 많은 듯 보였다.

“가양주를 유연하게 받아들이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요. 가양주가 산업화 된다고 무조건 나쁜 건 아니거든요. 자본의 논리대로 움직이는 게 맞아요. 그래서 더 알리고 그러면 좋은 거죠.”

조금은 조심스러운 말이겠다 싶었는데 눈치 챘는지 “제가 이곳(배상면주가)에 있다고 해서 회사 측의 입장을 얘기하려는 건 결코 아니”라고 했다. 이쯤 되니 궁금증 하나가 또 떠올랐다. 그럼, 전국의 수많은 가양주는 기업들의 논리 속에 소리도 없이 파묻혀야 할까?

“가양주는 그 지역의 산물, 즉 물과 공기 등을 갖고 만들었기 때문에 그 지역을 대표합니다. 예를 들어, 가양주를 만드는 한 집이 있다고 쳐봐요. 그럼 그 집 앞마당에다 양조 시설을 갖춰놓고, 그 지역의 특산물로 만든 가양주를 만들어 팝니다. 이후에는 그 지역에서 유통시키고, 그 지역 기관장도 공식석상에서 만찬주로 활용하는 등 홍보에 도움을 주면 됩니다. 더불어 농협 등이 운영하는 마트 같은 곳에서 팔도록 하고, 이 술을 관광 상품으로 엮는 것도 생각해볼 만해요. 이게 어려운 일은 아녜요. 현재 그렇게 하는 곳도 없지 않고, 지자체 역시 지원하고 있죠.”

그의 말에 ‘그 지역’이라는 말이 수도 없이 들어갔다. 그만큼 가양주는 전국 곳곳에서 빚어 왔고, 또 지금도 빚고 있어 그 지역에서 유통되고 성공모델을 만들어야 한다는 말이다. 다른 지역이나 외부의 도움보다 여러 길을 통해 스스로 일어서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이 같은 논리가 100% 성공을 보장하는 건 아니다. 실패의 예도 얼마든 있다.

유씨는 “일단, 술이 맛없는 게 문제”라고 했다. 이뿐만 아니라 포장기술이나 유통의 문제가 엮이고 엮여 10곳 중 9곳이 망하는 게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기업들이 해야 할 몫도 분명히 있어요. 대량으로 만들어 팔기만 하면 되는 게 아닙니다. 전국 여기 저기 퍼져 있는 가양주 관계자들을 불러 모아 품질관리나 마케팅 등에 대한 교육을 끊임없이 해야 하죠.”

어느덧 얘기는 요즘 일고 있는 막걸리 열풍으로 옮겨갔다. 정말 ‘뜨거운 인기’라는 느낌을 받고 있는지 물었다. 그는 일본에서의 인기가 한국으로 역(逆)수입된 것으로 본다고 했다. 그러면서 막걸리는 조금 다른 방법과 생각으로 접근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막걸리 원료 중 ‘입국(粒麴)’이라는 게 있잖아요. 이게 처음엔 일본에서 수입했거든요. 근데 막걸리는 100여 년간 우리 민족과 함께해 온 술이란 말입니다. 수많은 기쁨과 애환이 막걸리라는 술에 묻어오면서 지금껏 이어온 것이죠. 그럼, 애초 일본에서 원료를 수입했으니 막걸리를 우리술이라 하면 안 될까요? 그건 아니거든요. 막걸리는 이제 완전히 한국화 된 술이라고 생각해요. 요즘 막걸리가 뜨면서 충북 진천의 덕산양조장도 유명세를 타고 있죠. 이 양조장의 건물은 일본 건축양식입니다. 덕산양조장은 근대문화유산으로 지정됐어요. 이것도 일본건축이니 무시해야 할까요? 우리는 막걸리나 덕산양조장 모두 문화 마케팅적으로 접근하고 이를 크게 활용해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습니다. 아울러 전주 막걸리촌(村)도 유명하니 스토리텔링 기법을 활용해 더욱 특화시키는 방법도 연구해야 합니다.”

우리는 어쩌면 가양주를 너무 어렵게만 생각하는 지도 모른다. 가양주를 만드는 사람은 더 열심히 만들면 되고, 그걸 알려줘야 하는 사람은 더 멀리 퍼지도록 하면 될 테고, 맛을 보고 좋으면 또 찾으면 될 일이다. 그러는 동안 막걸리 외에 또 다른 웰메이드 우리술 열풍도 불 게 빤하다. 유상우 씨도 이 생각엔 공감하는지 “내 생각이 맞느냐”고 묻지도 않았는데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