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

경기도농업기술원 원예연구과 이대형 농업연구사

“부담 없이 찾고 마실 수 있는 술 개발이 목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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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응구
herophone@naver.com
2009년 09월 25일 15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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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형 농업연구사는 “부담 없이 찾고 마실 수 있는 술을 만드는 게 가장 큰 목표”라고 했다. ⓒsooltimes
 

지난 8월 말 ㈔한국가양주협회 전통주교육센터 개소식에서 그를 처음 봤다. 인연인지 며칠 후 서울역사박물관에서 열린 ‘막걸리 트랜스포머전(展)’에서 또 보게 됐다. 어느 행사에서든 눈에 꼭 띄는 사람이 있다. 그런 사람은 대개 열정적이고 성실하다. 그래서 지난달 21일, 그를 만나러 갔다.

경기도농업기술원에서 우리술 연구를 한다는 사실은 전통주교육센터 개소식 때 그의 입을 통해 처음 들었다. 원예연구과 채소이용팀 이대형(34) 농업연구사를 진즉 만났어야 했다. 만나고 나니 그런 생각이 더욱 들었다. 몰랐던 얘기들이 너무 많았던 까닭이다.

우선 농업기술원이, 그것도 원예연구과가, 그 과(課)에서도 이씨가 속한 채소이용팀은 도대체 우리술과 어떤 관계인지 궁금했다.

“김문수 도지사께서 쌀을 이용한 가공품들, 특히 떡과 술에 대한 관심이 무척 많아요. 내친김에 경기도의 술들을 더 키워보자는 데까지 이르렀고요. 지원도 활발하죠. 저 같은 전문 인력들을 뽑았다는 것 자체가 단순한 관심 정도에 그치지 않는다는 얘기예요. 우리 부서는 그런 뜻에 부합하는 술들을 계속 개발하고 만들어내요. 그리곤 이를 여러 술 회사에 기술 이전을 합니다. 그밖에 농민주에 대한 전반적인 컨설팅 업무도 맡고 있고, 상담도 하며, 실험도 도와줍니다.”

그러고 보니 그의 명함엔 부서명 바로 뒤에 ‘농산물가공’, ‘전통주 연구’라는 친절한 설명을 덧붙여놓았다. 그의 아이디어다.

이씨가 술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건 대학교 때 일이다. 그의 전공은 유전공학. 술과의 연관성을 찾기 쉽지 않지만, 이씨는 지도교수를 무척 잘 만났다고 했다. 학과 과목 중 기능성 분야에 관심을 갖게 됐고, 자연스레 교수 밑에서 실험하다 보니, 그만 이 분야에 푹 빠져버렸다.

한 번은 교수 지도 아래 전국의 술들을 가능한 한 많이 모아놓고 이들의 기능성을 하나하나 연구·실험한 후 이를 논문으로 발표하기도 했다.

“군대 다녀와서 대학교 3학년 때쯤인가 제 스스로 술을 처음 빚어봤는데, 항아리에서 (술이) 끓는 소리를 지금껏 잊지 못해요. 술은 그게 매력이에요. 끌어당기는 무언가가 있어요.”

대학 졸업 후에는 석사 과정을 밟았다. 역시 전공은 유전공학. 물론 기능성 쪽으로 계속 파고들었다. 석사를 마치고선 대전에 있는 한 벤처기업에 입사했다. 당시 대전과 신탄진 쪽 막걸리 공장들을 찾아다니며 현장 경험을 많이 쌓았다. 마침내 구기자를 이용한 술 ‘할머니의 비밀’을 만드는 데까지 성공했지만, 최종 단계에서 시판을 앞두고 물거품 됐다.

그는 “정말 열심히 했던 만큼 아쉬움이 컸지만,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현장 경험을 한 것만으로 만족한다”고 했다. 이후 이씨는 회사를 그만두고 전공을 계속 살리려 박사 과정을 밟았다. 2007년 박사 과정 수료 후에는 바로 배상면주가에 들어갔다. 이후 1년 2개월 동안 근무하다 경기도농업기술원에서 낸 연구원 모집공고를 보고 곧바로 지원, 작년부터 지금에 이르고 있다.

경기도농업기술원의 큰 역할 중 하나가 바로 기술 이전이다. 그렇게 해서 빛을 본 술이 ‘자색고구마주’와 ‘보리막걸리’다. 이씨는 이 중 보리막걸리 탄생에 일조했다. 그의 입사 전부터 추진됐던 자색고구마주는 2년여의 시간을 거쳐 지난 7월 출시됐다. 원래는 청주(淸酒)로 만들 생각이었지만, 기술 이전을 받기로 한 배혜정누룩도가 측이 막걸리로 만들기 원해 그렇게 상품화됐다. 현재는 일본에 수출하는 효자상품이 됐다.

1년여의 연구개발 끝에 만들어낸 보리막걸리는 이씨가 주도적으로 개발한 상품이다. 8월 출시됐고, 기술 이전은 우리술이라는 회사가 받았다. 베트남 수출에 이어 현재 일본 수출 상담이 진행 중이며, 국내 대형마트에도 입점시킬 계획이다.

두 제품 모두 우리 농산물로 만들었다. 자색고구마주의 원료인 고구마는 여주산(産)이며, 보리막걸리의 원료인 쌀·보리는 경기도산이다.

앞으로도 계속 연구개발을 거쳐 새로운 술들을 만들어낼 그이지만, 혹시 개인적으로 욕심내는 술이 있는지 궁금했다.

“개인적으론 제가 만든 술이 계속해서 기술 이전 됐으면 좋겠고, 해외로까지 그 명성이 미치길 바라지만, 그것보다 부담 없이 찾고 마실 수 있는 술을 만드는 게 가장 큰 목표예요.”

작은 관심에서 시작해 생업으로 이어진 술 개발은 그에겐 사명 같기도 하다. 두 번 태어나도 똑같은 길을 걸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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