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방문자 수만 600여명… 위스키 동호회 ‘위스키를 사랑하는 사람들’
회원 수만 6400명 가까이… ‘다음 카페’ 최고 순위 랭크

요즘 같은 세상에 온라인 동호회 한두 개 정도 가입하지 않은 사람은 없을 터. 수많은 동호회 가운데 술과 관련된 모임은 얼마나 될까. 그중에서도 위스키 모임의 수는 어느 정도일지 궁금했다. 기껏해야 몇 개쯤 되겠지, 하는 생각은 여지없이 빗나갔다. 인터넷 ‘다음 카페’에서 찾은 것만 어림잡아 240여개. 여기서 항상 최고 순위에 랭크돼 있는 ‘위스키를 사랑하는 사람들’(cafe.daum.net/westernguy)의 멤버들을 직접 만나보기로 했다.
넘쳐나는 술 정보… ‘장터’도 운영
지난 8월 26일 서울 한양대 후문 맞은편의 바 오딘(Odin). 약속된 저녁 7시 30분이 되자 ‘위스키를 사랑하는 사람들’(위사사) 멤버들이 하나둘 모이기 시작했다.
이날 모임은 정모(정기적인 모임)가 아닌 운영진과 특별회원들이 간간이 마련하는 자리. 어느새 10명의 회원이 자리를 잡았다.
사실, 그런 생각을 조금 했다. 독한 술 모임이니 취할 걱정을 했고, 무지(無知)의 탄로를 염려했다. 허나, 넉넉한 위스키의 세계로 천천히 안내하는 멤버들 덕분에, 어느새 그들의 대화에 자연스럽게 미끄러져 들어갔다.
8월 28일 현재 정확히 6382명. ‘위사사’의 회원 수는 나날이 늘고 있다. 자격 조건이 맞지 않거나 ‘딴 맘’ 먹고 들어오는 이들을 적잖이 가려내는 데도 그 수는 줄지 않는다. 하루 평균 발 도장을 찍는 사람만 600명이 넘을 정도. 이렇게 끌어 모으는 힘은 어디서 나오는 걸까. 이에 대해 임진규(닉네임 싱글몰트) 씨는 “위사사는 술에 대한 편견을 깨기 위해 만든 것인 만큼 카페 내에 많은 정보를 담고 있는 게 최대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위사사의 술 정보는 엄청나다. 스카치, 아이리시, 아메리칸, 캐네디언, 재패니즈 등으로 나눈 방대한 위스키 자료는 당연하다 해도 코냑, 아르마냑, 칼바도스 등의 브랜디에서 맥주까지 숨이 찰 정도다. 단순한 개념 설명에 그치지 않고 사진과 구체적인 설명을 곁들여 누가 봐도 이해가 쉽다.
묻고 싶은 사항을 올려 답을 얻어내는 공부방도 활발히 운영 중이다. 답변은 운영진과 특별회원이 담당한다. 바텐더 콘텐트에는 시음기나 쉽게 만드는 칵테일 같은 정보도 올라와 있다.
여러 카테고리 중 ‘장터’는 특히 눈에 띈다. 개인별로 소장하는 술을 팔고, 이를 산다. 금전이 오가는 곳이라 운영진이 특별히 신경 쓴다. 그런 만큼 규제가 철저하다. 직거래가 원칙이고, 장사를 목적으로 하는 사람은 발을 못 붙이도록 한다. 단지 술을 사고팔기 위해 회원으로 가입했다가 이곳 분위기에 빠져 오프라인 모임마다 꼬박꼬박 참석하는 회원도 있다. 가끔 회원끼리 귀한 술을 선물하는 경우도 있다.
정모 때는 회원들이 소장하고 있는 위스키를 한 병 두 병 가져와 함께 마신다. 대개 잘 알려진 것이 많지만 종종 희귀 제품들도 소개된다. 물론 모르는 회원들을 위한 약간의 강의도 곁들인다. 비싸고 좋은 술을 나눠 마시는 기쁨이 회비를 대신한다.
술자리에서도 나이가 적다고 함부로 반말하지 않는다. 상호 존중이 사라지면 여느 술자리와 다를 바 없기 때문이다. 이 모임에서 폭음은 남의 얘기일 뿐이다. 즐기면서 알고 마시자는 게 이곳 모토다.
“20대 때는 취하기 위해 마셨지만, 30대가 되면서 제 취향대로 마시게 되더군요. 내 입에 어울리는 술이 무엇인지 찾게 된 거죠. 그러다 30대 후반에서 지금의 40대가 되니 술을 모으게 됐어요.”
이교진(브랜디박사) 씨는 이 카페에서 없어선 안 될 존재다. 닉네임에서 알 수 있듯 그는 ‘술박사’로 통한다. 카페에 올린 자료 대부분은 그의 머리와 손으로 만든 것이다. 매일같이 카페를 돌봐야 하는 수고 덕에 하루 취침시간은 3~4시간이 고작. 그래도 즐겁다고 껄껄 웃는다. 지금껏 모인 자료들과 새로운 정보들을 더해 조만간 책도 발행할 계획이다.
“혼자서도 즐길 수 있는 게 매력”
위사사는 지난 2003년 5월 문을 열었다. 처음엔 운영진 중 한 명인 임흥천(웨스턴가이) 씨 개인 카페로 시작했다. 그러다 지금의 운영진을 하나둘 만나면서 성장했다.
여느 카페가 그렇듯 위사사 회원들의 직업도 다양하다. 컴퓨터 등 IT 직업군이 많은 편이고 검사, 경찰, 공무원, 자영업, 주류업계 종사자 등 화려하다.
분위기가 무르익을 즈음 빤한 질문 하나를 던졌다. “도대체 위스키의 매력이 뭔가요.”
“위스키는 집에서 혼자 즐기기 좋은 술이라고 생각해요. 드라마 한 편 시작할 때 마시면 그 드라마가 끝날 때까지 입에서 머무는 향의 느낌이 정말 좋습니다.”(브랜디박사)
“위스키는 독주지만 독특한 향이 있어 안주 없이도 충분히 혼자 즐길 수 있죠. 그 점이 특히 맘에 들어요.”(웨스턴가이)
옆에서 한마디 더 거든다.
“제 경우 향을 맡는데 30분, 마시는데 30분, 여운을 즐기는데 30분, 보통 1시간 반이 걸려요. 마실수록 더 마시고 싶은 마력 같은 게 있나 봐요.”(싱글몰트)
카페 위사사의 자랑도 이어졌다.
“술에 대해 정말 많은 공부가 되죠. 위스키를 입에서 굴리는 맛이 그렇게 좋은지는 이곳을 통해 알게 됐으니까요. 개인적으로는 알면 알수록 더 독한 술이 위스키인 것 같더라고요.”(김형주·coolsauger)
“제가 맥주업계에서 일하기 때문에 당연히 맥주에 관심이 많지만, 그와 관련된 카페는 한계가 있어요. 위사사는 그렇지 않죠. 정말 다양한 술 지식을 쌓을 수 있고, 무엇보다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날 수 있어 좋아요. 누구에게라도 좋은 경험이 될 겁니다.(ATOM)
위사사는 단지 입을 즐겁게 하고자 모이는 동호회가 아니다. 위스키 생각만으로도 한없이 즐거운 사람들, 마음이 따듯한 사람들이 모이는 터다. 개인적인 욕심도 없다. 그래서 술맛 나고 살맛난다. 오후 10시 30분쯤, 자리를 털고 일어나면서 이런 생각들을 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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