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주와 카지노가 만났다. 다소 의아한 조합. 그래선지 사람들은 더욱 반겼다.
4월 25일 서울 성수동 GS25 프리미엄 플래그십 매장 ‘도어투성수’. 대전·충남을 대표하는 주류업체 선양소주가 이곳에 팝업스토어 ‘선양카지노’를 오픈했다. 소주 ‘선양(鮮洋)’ 640㎖ 페트 제품을 최저가로 GS25에서 출시하는 걸 기념하고자 선보인 이벤트다.
카지노도 즐거운데 하이볼·굿즈까지 ‘일석삼조’

선양소주(옛 맥키스컴퍼니)는 지난해 3월 2일 창립 50주년을 기념해 제로 슈거 소주 ‘선양’을 새롭게 출시했다. 국내 최저 알코올도수인 14.9도에 최저 열량인 298㎉(360㎖)로 내놓은 제품이어서 크게 주목받았다. 패키지는 기존 소주병보다 짧고 둥글둥글하게 만들었고, 병뚜껑은 소주업계에선 유일하게 크라운캡(crown cap)을 적용했다. 신제품 선양은 출시 100일 만에 100만 병 판매라는 호성적도 거뒀다. 올해 3월 19일에는 ㈜맥키스컴퍼니에서 ㈜선양소주로 사명을 변경했다.
선양카지노의 콘셉트는 말 그대로 카지노다. 게임을 즐기며 선양을 맛보고, 이를 통해 자연스럽게 브랜드를 체험토록 하자는 취지다.
카지노 게임에 주류를 취급하는 팝업인 만큼 입장 시 신분증 검사는 필수였다. 입장 인원도 하루 100명가량으로 제한했다. 사전 예약은 일찌감치 마감돼 상황에 따라 당일 현장 입장도 부분부분 이뤄졌다.
입장할 땐 게임에 쓸 수 있는 칩을 나눠줬다. 실제 카지노에서 사용하는 칩과 아주 비슷한 모양이다. 사전 예약자는 다섯 개, 현장 대기자는 네 개다. 이것으로 카드 마술, 컵 마술, 빅 휠 같은 게임을 배팅할 수 있다. 게임을 진행하는 이들도 실제 딜러처럼 복장을 갖춰입었다.
게임 한 판에는 칩 한 개를 걸 수 있다. 게임에 이기면 칩 하나를 주고, 지면 잃는다. 그렇게 모은 칩은 팝업 입구에 마련한 ‘선양 바(bar)’에서 선양소주로 만든 하이볼과 교환하거나 선양 볼펜, 크라운캡 자석 같은 굿즈로 바꿨다. 인증샷을 찍는 ‘선양사진관’ 부스도 인기였는데, 물론 여기서도 칩 하나를 내야 했다.
대개 주류 팝업이 시음 위주거나 제품을 상징하는 조형물로 관심을 유도하는 데 반해 선양카지노는 콘텐츠를 체험 위주로 구성해 무척 신선했다.
이번 팝업 이벤트는 선양소주가 수도권 진출을 염두에 둔 전략이라는 분석도 있다. 텃밭인 대전·충남에서 벗어나 서울·수도권을 공략하기 위해, 주요 소비층으로 설정한 MZ세대의 관심을 끌고자 카지노라는 콘셉트로 인지도를 높이려 했다는 것이다. 이 전략이 잘 맞아떨어진 건지, 회사 측에 따르면 4월 25일부터 5월 12일까지 18일간 열린 팝업에는 약 1만2200명이 방문했다.
선양소주 관계자는 “선양카지노에 대한 소비자의 관심이 컸던 만큼 주류시장에서 선양의 입지가 확대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다양한 마케팅 활동과 유통망 확장으로 소비자와의 접점을 더욱 넓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선양소주는 지난해 11월 17일부터 12월 9일까지 서울 성수동에서 선양의 첫 팝업인 ‘플롭 선양(Plop Sunyang)’을 운영했다. 이때도 약 3주간 방문객 1만7800여 명을 끌어모으며 대박을 터뜨렸다.
플롭 선양 역시 체험 위주로 팝업을 꾸몄다. ‘퐁당, 물에 빠지다’라는 귀여운 뜻의 플롭(Plop) 콘셉트로, 방문객이 선양의 심볼인 고래를 만나는 여정을 재밌는 스토리라인을 통해 체험하도록 구성했다.
크라운캡 모양의 보트를 타고 물길을 따라 움직이는 ‘어트랙션 존’이나 선양소주와 어묵이 준비된 ‘선양오뎅포차’가 당시 큰 인기를 끌었다. 특히, 보트를 타고 가는 중 바닷속·수면·모래섬 모양의 포토존에서 인증샷을 남기고, 곳곳에 펼쳐진 미디어아트를 통해 바닷속을 탐험하는 듯한 체험을 하도록 꾸민 어트랙션 존의 반응이 무척 뜨거웠다.
그밖에 플롭샷·플롭하우스·플롭스핀 등 세 가지 미니 게임으로 굿즈 경품을 타도록 했고, 팝업 체험을 모두 마친 방문객에겐 선양오뎅포차용 선양 세트 쿠폰을 지급했다.
당시 맥키스컴퍼니 관계자는 “변화된 음주문화와 MZ세대 소비 트렌드에 맞춰 ‘플롭 선양’을 주류 음용 이상의 특별한 경험을 제공하는 공간으로 만들고자 오랜 기간 준비했다”고 말했다.